IMF 이후 신입으로 이 일을 시작해 팀원, 팀장, 본부장, 총괄 이사까지 올라왔다. 분양 현장에서 성장은 보통 연차로 측정된다.
홍완호 이사는 단계마다 무언가를 새로 익힌 것보다, "무언가를 버린 것이 더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신입 때 버린 '많이 말해야 한다는 믿음', 팀장 때 버린 '장점만 말하는 습관', 본부장 때 버린 '혼자 잘하면 된다는 생각'. 버림으로써 올라간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입 때 버린 것: 많이 말해야 한다는 믿음
#경청
"말을 내려놓고 그냥 들어봤어요. 그랬더니 계약이 더 많이 됐어요. 고객은 자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Q. 신입 시절에 계약이 안 나오던 시기, 뭐가 문제였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돌아보면 말을 너무 많이 했어요. 초보일 때는 내가 가진 상품을 설명하기에 급급하거든요. 브리핑 내용을 다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객이 말할 틈을 안 줬어요. 그런데 고객은 내 설명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자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걸 몰랐던 거죠.
Q. 그때와 지금, 상담 방식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어느 순간 말을 내려놓고 그냥 들어봤어요. 그랬더니 계약이 더 많이 됐어요. 고객들은 자기 얘기를 잘 들어주는 순간 마음을 열거든요. 일방통행만 하면 그 마음이 열릴 시간이 없는 거예요. 그게 신입 때 제가 버린 것 중 가장 큰 거예요. 내가 많이 말해야 계약이 나온다는 믿음.
Q. 고객이 "생각해보겠다"고 할 때는 보통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완곡한 거절이에요. 충분한 설명을 못 들었거나, 지금은 못하겠다는 표현인 거죠. 그런데 처음부터 경청을 했다면 그 지점이 미리 보여요. "생각해보겠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이미 그 이유를 알고 있어야 해요.
팀장 때 버린 것: 장점만 말하는 습관
#정직 #엔딩
"팀장 때 버린 건 장점만 말하는 습관이었어요. 불편한 얘기를 먼저 꺼내는 순간, 고객이 마음을 열더라고요."
Q. 팀장이 되면서 팀원들에게 가장 먼저 강조한 건 무엇이었나요?
투어 중에 돈 얘기를 당당하게 하라는 거였어요. 설명은 누구나 해요. 집도 누구나 보여주죠. 그런데 장점만 얘기한 채 손님을 테이블로 앉히면, 정작 돈 얘기가 나오는 순간부터 서로 불편해져요. 반대로 투어하면서 계약금이 얼마인지, 납입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를 미리 설명해두면 협상 자리에 앉았을 때 고객도 이미 어느 정도 인식이 돼 있어요. 불편한 얘기를 앞에서 꺼내는 것. 그게 팀장 때 제가 가장 강조했던 교육이었어요.
Q. 고객에게 단점이나 리스크까지 먼저 말하는 이유는 뭘까요?
가계약을 하고 나면 고객들은 2, 3일 동안 나쁜 것부터 찾아봐요. 그때 제가 미리 얘기해둔 단점이 그대로 나오면 오히려 신뢰가 올라가요. 그런데 좋은 것만 듣고 계약한 뒤에 고객이 단점을 스스로 발견하면, 배신감이 생겨서 해지로 이어지기도 해요.
반대로 단점을 먼저 꺼내면 그 순간 고객도 자기 속사정을 털어놓거든요. 돈이 어디 묶여 있는지, 잔금이 걱정되는지. 그 얘기가 나와야 같이 해법을 찾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계약이 됩니다.
Q. 팀장 역할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보는 건 무엇인가요?
엔딩이요. 팀원이 고객을 모셔오면 팀장이 마무리를 치는 구조거든요. 저는 그걸 '딱새 역할'이라고 표현해요. 팀원이 손님을 붙여줬는데 몇 번 계약이 안 나오면, 그 팀원은 다음부터 손님을 안 붙여요. 팀장의 엔딩 능력이 팀 전체 동기부여를 좌우하는 거죠.
고객에게 권할 수 없는 현장은 맡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홍완호 이사 ©분양의신
본부장 때 버린 것: 혼자 잘하면 된다는 생각
#전략 #판깔기
"본부장이 전략 포인트를 잘못 잡으면 팀원들이 엉뚱한 데 가서 헛수고를 해요. 물고기가 없는 데 그물을 던지는 셈이죠."
Q. 본부장이 되면서 팀 운영 방식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저는 '올계약'을 슬로건으로 걸었어요. 데리고 있는 모든 팀원이 다 계약을 쓰게 만드는 게 목표였죠. 운영은 1진, 2진, 3진으로 나눠서 했고요. A급이 먼저 치고 나가면 B급을 집중 교육하고, B급이 올라오면 C급을 특별 교육해요. C급이 달리기 시작하면 B급이 긴장해서 더 달리고, B급이 오르면 A급도 다시 긴장해서 또 달려요. 그렇게 전체 계약률이 올라가는 구조예요.
Q. 팀을 그렇게 나눠 운영할 때 중요하게 본 건 무엇이었나요?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결국 올라온다는 거예요. 3개월, 6개월 현장을 잡고 들어가면 마지막에 가장 많이 성과를 내는 분들이 초반엔 C급이었던 경우가 많았어요. 각성은 늦게 했지만 한 번 달아오르면 더 진하게 타거든요. 결국 끝까지 버텨준 사람이 제일 많이 가져가더라고요.
Q. 본부장이 되고 나서 새롭게 갖게 된 관점이 있다면요?
혼자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린 거예요. 팀장 때까지는 내 엔딩 능력이 핵심이었다면, 본부장이 되면 전략을 짜는 게 일이에요. 어느 지역을 타깃으로 할지, 오프라인 영업은 어디서 할지, 온라인 광고는 어디에 주안점을 둘지에 따라 팀 전체의 성과가 달라지거든요. 그때부터는 내가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팀원들이 제대로 뛸 수 있는 판을 어디에 깔아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게 됐어요.
돈보다 현장을 보게 되기까지
#정치 #현장선택
"좋은 현장에 가야 좋은 인연을 만나고, 좋은 인연이 쌓여야 길게 갑니다."
Q. 총괄 이사를 맡으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이었나요?
정치예요. 본부장까지는 팀원들 계약을 써주는 게 핵심이었다면, 총괄은 대행사와 협의하고 조율하고 협상하는 게 일이에요. 팀원들에게는 어떤 시상을 걸지, 대행사에게는 무엇을 받아낼지. 얼마나 정치적으로 잘 풀어내느냐가 총괄의 승부처더라고요. 그 단계에서 버려야 했던 건 현장 안에서만 보는 시야였어요.
Q. 일을 보는 기준도 달라졌나요?
예전에 지역주택조합 현장을 맡았는데 7년이 걸렸어요. 그동안 고객분들한테 죄책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지금은 재생이 어렵거나, 고객에게 선뜻 권하기 민망한 현장은 맡지 않아요. 입지 분석도 보고, 대행사 신뢰도도 보고, 1년에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현장을 고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당장 눈앞의 돈보다 현장 컨디션이 좋은 곳에서 일하는 게 결국 길게 가는 방법이더라고요.
Q.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요?
사람 보는 눈이요. 본부장이 되면서 팀장 한 명 뽑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어요. 팀장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그 팀에 속한 팀원들의 생계까지 달려 있으니까요. 눈빛, 자세, 복장, 태도를 보는데도 지금도 틀릴 때가 있어요.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맞더라고요. 사람 하나 잘못 쓰면 흥행이 흔들리거든요.
EDITOR'S NOTE
IMF 직후 신입으로 이 일을 시작해 총괄 이사까지 올라오는 동안, 홍완호 이사가 단계마다 버린 것은 하나같이 '내가 주도해야 한다'는 믿음이었다.
신입 때는 많이 말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듣기 시작했고, 팀장 때는 좋은 것만 말하는 습관을 버렸고, 본부장 때는 혼자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렸다.
지금 당신이 현장에서 가장 단단하게 붙들고 있는 믿음은 무엇인가. 어쩌면 다음 단계는 그것을 과감히 내려놓는 순간 시작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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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아티클은 홍완호 본부장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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