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현장에서 팀장은 보통 지시하는 사람이다. 현미경 팀장의 하루는 조금 다르게 시작된다. 아침 여섯 시, 팀원 다섯 명 분 도시락을 싼다. 반찬은 다섯 가지.
8개월째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브리핑 기술보다 먼저, 옆에 있어주는 것부터 배운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퇴근 후에도 자리를 지키는 이유
#꾸준함
"자리를 지키면 기회가 생긴다. 정시에 퇴근한 날 들어오는 워킹 손님, 직원들 없을 때 본부장들끼리 나누는 속 얘기, 그게 다 남은 사람 몫이 된다."
Q. 분양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전업주부였다가 카페를 운영했어요. 코로나 때 어려워져서 가게를 내놓은 상태에서 지인 소개로 알바로 시작했죠. 처음엔 진짜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근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계약이 됐어요.
전단지를 들고 손님이 직접 현장으로 오셨는데, 그날 바로 계약으로 이어졌거든요. 그때 '아, 이게 내 천직인가?'싶었어요.
Q. 경력도 없이 한 달 만에 계약이 나왔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다들 놀라셨죠. 처음 하는 사람이 큰 현장에서 그해에 세 건을 썼으니까요. 워킹이랑 거점 두 채널로요. 그다음 현장에서도 두 달, 석 달 사이에 열다섯 건씩 썼어요. 운도 있었지만, 저는 꾸준함이 쌓인 결과라고 생각해요.
Q. 그 꾸준함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었나요?
아침 아홉 시 반에 출근하면 다섯 시까지는 자리에 있었어요. 다른 분들이 일찍 가셔도 저는 끝까지 있었거든요. 할 일 없어도요. 행정 작업 하고, 공부하고, 한 시간이면 끝나요. 그래도 자리를 지켰어요.
Q. 혼자 남아 있으면 뭐가 달라지나요?
직원들 없을 때 본부장님들끼리 하는 얘기가 달라요. 시행사 얘기, 새로 오픈하는 현장 얘기, 속마음 얘기들이 들리거든요. 처음엔 안 들리는데 나중에 들려요. 영어 듣기처럼.
그리고 퇴근 후에 들어오시는 워킹 손님은 있는 사람이 받아요. 저는 그걸로 계약을 꽤 많이 썼어요.
손님 나이를 먼저 본다
#정보 #기다림
"신혼부부나 이십 대는 대출이랑 세법 얘기가 먼저예요. 삼사십 대는 학군이랑 교육 환경이 제일 크고요. 오십 대는 인프라, 육십 대 이상은 병원이나 공세권 같은 의료 접근성을 먼저 얘기해요."
Q. 경청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게 뭐예요?
아이컨택이요. 눈을 계속 봐요. 그리고 끼어들지 않으려고 해요. 말씀하시는 중에 제가 토를 달면 맥이 끊기거든요. 그냥 "아, 그러시구나" 하면서 들으면 십 분 안에 이 분이 어떤 분인지 보여요. 급하신 분인지, 내성적인 분인지, 화가 있으신 분인지. 그게 파악되면 그다음부터는 다 달라지죠.
Q. 손님이 아예 말을 안 하시면 어떻게 하세요?
그럴 때가 제일 어렵긴 해요. 그러면 제 얘기를 먼저 꺼내요. "아, 저 아들이 결혼했는데 어쩌어쩌 했다더라." 뭐 이런 식으로요. 그러면 듣고 계시다가 본인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한 십 분 정도면 열리세요.
손님에게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현미경 팀장 ©분양의신
고객님 집에 태워다드릴게요
#진심
"진심으로 하는 거랑 흉내 내는 거랑은 손님이 느낀다. 배워지는 게 아니다."
Q. 브리핑이 끝나고 손님이 일어서려 할 때 팀장님은 어떻게 하세요?
차가 없으신 분들께는 제가 모셔다 드린다고 해요. "좀 계세요, 제가 태워다 드릴게요." 하고요. 그 차 안에서 못다 한 얘기를 많이 해요.
아파트 얘기도 하고, 제 인생 얘기도 하고. 그러면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렇게 가다가 다시 돌아오신 분도 계세요.
Q. 다른 상담사들은 그 시간에 다음 손님을 받아야 하잖아요.
그렇죠. 근데 그 시간이 저는 되게 보람 있어요. 차 타고 가면서 뭔가 가족 같은 느낌이 생기거든요. 진심으로 하는 거랑 흉내 내는 거랑은 손님이 느끼세요. 배워지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어르신들이 오시면 굳이 저희 현장 아니어도 연결해 드리기도 해요. 연세 드신 분들은 살던 지역 안 떠나려고 하시잖아요. 그러면 "다른 현장도 연결해 드릴까요?" 하기도 하죠.
Q. 그게 단기 실적엔 손해잖아요. 왜 그렇게 하세요?
억지로 하면 집에 가서 잠을 못 자요. 연세 드신 분이 나중에 전화해서 "내가 속은 것 같다"고 하시면 너무 속상하거든요. 그래서 후회 안 하실 계약을 하려고 해요. 실적보다 그게 먼저예요.
이 방식이 느려도 괜찮은 이유
#8개월째 5인분의 팀원 도시락
"빠른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다. 억지로 해서 나온 계약이 오래 안 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Q. 팀원 열 명을 어떻게 관리하세요? 브리핑 스타일도 다 다를 텐데.
각자의 장점을 존중해요. 밀어붙이는 걸 잘하시는 분도 있고, TM을 잘하시는 분도 있어요. 제 방식을 고집했다가 안 되면 팀원 탓도, 제 탓도 되잖아요. 그래서 잘하는 걸 강하게 하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편이에요.
그리고 저는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요. 8개월째 5인분이요. 점심이 제공이 안 되는 현장이거든요. 반찬 다섯 가지 싸는 게 제일 힘들어요, 사실. 근데 맛있게 드셔주시니까.
Q. 계약이 안 나오는 팀원은 어떻게 챙기세요?
제 수수료가 나오면 조금씩 용돈을 드려요. 많이는 못 드리고 기름값 정도. 매일 오시는데 일비만 받으시는 게 너무 속상하거든요. 그 심정을 알아요.
그리고 금·토요일엔 제가 직접 나가서 같이 전단지를 돌려요. 시간 되시는 분들이 서너 명씩 같이 오시더라고요. 점심도 먹고 얘기도 하고, 그 시간이 좋아요.
Q. 팀장님 방식은 결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래도 이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는 억지로 해서 나온 계약이 오래 안 간다고 생각해요. 손님도 나중에 후회하시고, 저도 잠을 못 자고요. 도시락도, 기름값도, 전단지도 다 마찬가지예요. 실적보다 후회 없는 선택이 먼저예요. 손님한테도, 팀원한테도요.
EDITOR'S NOTE
억지로 하면 집에 가서 잠을 못 잔다는 말. 영업 현장에서 쉽게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실적 압박과 계약 목표가 숨통을 조이는 곳에서, 그는 삼 년 동안 그 원칙 하나를 놓지 않았다.
남들이 퇴근한 뒤에도 자리를 지켰고, 손님을 차로 집까지 태워다드렸고, 계약이 안 나오는 팀원 손에 기름값을 쥐여줬고, 8개월째 매일 아침 5인분 도시락을 쌌다. 느린 방식이다. 당장의 숫자로는 설명이 안 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팀이 안 떠나고, 손님이 다시 온다.
현미경 팀장은 그것을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 도시락 다섯 개로 증명할 뿐이다.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것만이 이 업의 전부라고 믿고 있다면, 지금 당신의 현장을 한 번 더 돌아볼 때다.
퍼스널브랜딩 자산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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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아티클은 현미경 팀장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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