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비가 중간에서 잘리고, 수수료에 차액이 붙고, 구설에 오르는 이름이 계절마다 바뀐다. 그 반대편에서 15년을 버틴 방법은 단순했다. "돈 실수를 안 한 것."
말은 단순하지만 이 판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부동산 사기 피해자로 이 바닥에 들어와, 사기꾼을 쫓으며 업계를 배웠고, 15년째 같은 팀장들과 현장을 옮겨 다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기꾼을 쫓다가 이 일을 배웠다
#피해자 #신뢰
"팀장까진 1등 실적으로 올라가요. 본부장부터는 수수료를 투명하게 주느냐에서 롱런이 갈립니다. 실력 문제가 아니라 신뢰 문제거든요."
Q. 이 일 시작 계기를 물으면 "돈을 벌러 왔다"는 답이 많던데, 좀 다르셨다고요.
저는 반대였어요. 원래 휴대폰 장사를 어릴 때부터 했어요. 월급 70만 원 받고 시작해서 매장까지 차렸는데, 28살 무렵에 부동산 사기를 당했어요. 시행사 쪽에 당한 건데 집에 경매 빨간 딱지까지 붙고 이혼까지 했어요. 돈 벌러 들어온 게 아니라 피해자로 이 업계에 들어온 겁니다.
Q. 부동산으로 당한 분이 부동산 업계에 들어가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원래는 그 사기꾼을 잡겠다고 쫓아다녔어요. 쫓다 보니까 이 바닥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보이더라고요. 어떤 사람이 중간에서 돈을 가로채고, 어떤 구조에서 피해자가 나오는지를 피해자 입장에서 먼저 본 거예요. 그때 본 것들이 지금도 제 기준이에요.
Q. 그럼 15년을 남으신 비결도 거기서 오는 건가요?
한 가지예요. 제가 돈 실수를 안 한 거. 말은 단순한데 이 판에서는 쉽지가 않아요. 광고비를 "지원해 준다"며 덜 내려보내거나, 수수료 차액을 본부가 가로채거나, 사이드로 뒷돈 받는 사람 — 요즘 특히 많아요. 저는 제가 당했던 자리로 돌아가기 싫어서 그 선만큼은 15년째 안 넘겼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다음 현장에도 따라와 주더라고요.
신뢰의 중요성을 말하는 허덕연 본부장 ©분양의신
비수기에 시작하면 늦는다
#운영 #일관성
"위기 때 '평소 그대로'가 제일 강한 신호예요. 팀원은 그 순간에 '이 사람이 안 흔들린다'는 걸 읽거든요."
Q. 비수기에 시상을 급히 걸거나 조회를 세게 바꾸는 방식을 별로 안 좋게 보시나요?
저는 절대 안 해요. 비수기라고 갑자기 시상을 새로 걸면 팀원 입장에서 "지금 정말 위기구나" 신호가 먼저 가요. 기운이 더 빠지죠. 시상은 처음부터 안 하거나, 계속하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해요. 중간에 갑자기 걸면 신뢰가 깨집니다.
Q. 그럼 평소엔 어떻게 운영하세요?
주 단위, 월 단위로 꾸준히 겁니다. 주 계약 가장 많이 쓴 팀, 가장 많이 쓴 직원한테 100, 200, 300만 원. 현장 케파에 맞춰서 나가요. 비수기엔 방문만 시켜도 상품권을 줘요. 계약이 안 나오는 시기에 "사람을 부르기만 해도 보상이 있다"는 신호를 끊지 않는 게 핵심이에요.
Q. 아침 조회 구호가 있다고요. "계약만이 살 길이다."
15년째 매일 외쳐요. 거창한 노하우가 아니에요. 매일 같은 말을 같은 시간에 반복하면 팀의 우선순위가 흔들릴 때마다 제자리로 돌아와요. 비수기에 내방이 줄면 팀원들 머릿속이 복잡해지거든요. 그때 "지금 뭘 해야 하지?"를 매일 리셋시켜 주는 장치가 이 구호예요.
경력 1년 미만을 팀장으로 올린 이유
#에너지 #사람
운영은 일관성임을 강조하는 허덕연 본부장 ©분양의신
"브리핑 기술은 가르칠 수 있어요. 근데 거절당한 다음 손님에게도 똑같이 웃고 들어가는 에너지는 안 가르쳐져요."
Q. 보통 팀장은 경력이나 실적 순으로 올리잖아요. 경력 1년도 안 된 분을 팀장으로 올리신 적 있다고요.
세 번째 현장 때였어요. 원래 학원에서 영어 선생님 하시던 분이었는데, 분양 들어온 지 1년도 안 됐을 때 제가 팀장 달아드렸어요. 주변에서 "경험 짧은데 왜 올렸냐"고 놀랐죠. 저는 이분이 학부모들을 오래 상대해 오신 내공을 봤어요. 사람 상대해 본 사람의 리듬이 상담에 배여 있었거든요. 팀장 달자마자 날아다니셨어요.
Q. "포텐을 봤다"고 하셨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예요?
에너지예요. 저는 팀원을 뽑을 때 경력이나 실적보다 먼저 보는 게 하나 있는데, 밝으시냐, 파이팅 있으시냐 — 이거예요. 브리핑 기술은 가르칠 수 있어요. 근데 사람의 기본 에너지는 안 가르쳐져요.
거절당한 다음 손님에게도 똑같이 웃고 들어가는 리듬은 원래 그 사람 거예요. 그 영어 선생님이 딱 그랬어요. 지금은 본인 대행사 차리셔서 오히려 저한테 현장을 주십니다.
Q. 마지막으로, 본부장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요?
욕심은 부리세요. 안 부리면 이 일 못 해요. 근데 주제를 넘지 마시고, 자기 사람부터 챙기세요. "자기 사람 챙긴다"가 뭐냐 하면 결국 돈 실수 안 하는 거예요. 광고비 들어온 그대로 주고, 수수료 약속한 그대로 주고, 밝은 사람 알아보고 제때 올려주세요. 본부장까지는 이 세 개면 갑니다.
EDITOR'S NOTE
부동산 사기로 집을 잃은 28살이 사기꾼을 쫓다 이 바닥에 들어와, 15년째 같은 팀장들과 현장을 옮겨 다닌다.
광고비는 들어온 그대로 내려보내고, 시상은 평소에 끊지 않고, 밝은 사람은 경력표 밖에서 알아본다. 그가 안 넘은 선들은 따지고 보면 누구나 안 넘을 수 있는 선이다. 하지만 그 평범한 선을 오래 지키는 일이 이 업계에서는 가장 어려운 경쟁력이 된다.
오늘 아침에도 그는 어느 현장의 조회실 맨 앞에서 "계약만이 살 길이다"를 외쳤을 것이고, 15년 전에도 똑같이 외쳤을 것이다. 달라진 건 그의 자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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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아티클은 허덕연 본부장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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